중학생 딸아이가 학교에서 원하는 일이 제대로 안되고, 결과가 나빴습니다. 기대했던 것이 이뤄지지 않아서 자신에게 실망한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고민하며 저희 부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대했던 경험을 나눕니다.
- 중학교 6-8학년 뮤지컬 오디션
저희 아이가 도전했던 일은 학교 연극 오디션이었습니다. 저희 애 학교(미국 시카고 서버브의 공립학교)에서는 합창이 정규 수업 중 하나이고, 합창에서 하는 학기말의 공연도 매번 다 수업 참여 점수로 계산이 됩니다. 저희 아이는 학교에서 제일 즐거운 과목이 이 합창이고, 매일 집에 돌아와서 그 시간에 어떤 파트를 연습했는지까지 다 시시콜콜 이야기할 정도로 푹 빠져 있습니다. 저는 합창단 아이들 이름도 외울 지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합창 수업 성적도 아주 좋고, 반에서 선생님께 관심도 많이 받는 편이었습니다.
이번에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면서 여러 안내문들이(musical adudition packet) 왔었습니다. 리허설 시간 관련해서, 또 복장이나 규정에 대해서도 여러 번 안내가 왔었고, 무엇보다 춤 동작도 전부 유투브 동영상으로 제작되어서 오디션을 보려는 아이들은 다 숙지해가야 했습니다. 해야 할 대사, 불러야 할 노래도 여러 곡이었고, 아이가 지난 4-5주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도, 노래를 잘 모르는 엄마도, 아빠도 온 가족이 다 같이 외울 만큼 여러 번 불렀고, 이런 과정들이 부모로서 기뻤습니다.
사실 오디션에 응시하는 것은 합창 수업의 의무가 아닙니다. 주연급, 무대 연출, 미술 담당, 앙상블, 동네사람들 역할 이런 것 들 중에 아이가 지원하고 싶은 것에 체크해서 신청을 했습니다. 아이가 도전하길 원해서 오디션 신청서를 냈고, 연습을 많이 했던 겁니다.
- 콜 백 call back 실패
오디션 예행 연습도 지난 2주간 계속해서 스쿨버스를 타지 못했습니다. 선택 사항인데도 오디션 예행연습에 아이가 가겠다고 해서 부모가 태우러 매일 오후 학교로 왔다 갔다 했었습니다.
오디션을 본 아이들 중에서 주연급으로 고려되는 아이들에게는 다시 연락이 가는데, 이걸 콜백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2차 오디션 같은 느낌입니다. 잘하는 아이들을 한 번 추려서 그중에서 다시 뽑겠다는 겁니다.
저희 부부는 우리 애가 열심히 준비를 했으니 당연히 콜백이지, 그리고 우리 아이가 여주인공 4명 중에 들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예 콜백 백 명단에 조차 아이의 이름이 없었습니다. 중1 부모의 순진한 착각이었습니다. 7학년도 있고 8학년도 있는데, 이제 중학교 반년 다닌 우리 애가 위 학년 아이들을 제치고 주인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니 지금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되는 착각이었습니다.
어제저녁 아이가 학교 이메일을 확인하고
아이 1: 어, 나 콜백에 없네?
동생 : 그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아이 1: 나쁜 거야
이렇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부모는 콜 백이 무슨 말인지 분명하게 알기 때문에 온 가족이 일순간 모두 조용해졌습니다.
- 다정하게 위로하는 아빠
첫 아이를 대하는 감성이 남다른 애아빠는 사건의 결과를 듣고 (본인조차도 실망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랬구나, 너무 속상했겠다,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동안 연습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어서 지켜보는 부모도 은근히 기대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애 아빠가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했으니까, 이렇게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당황한 상황에서 어디선가 주섬주섬 위로의 말을 끄집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빠 말을 듣던 아이가 감정이 갑자기 요동이 치는지,
아빠, 그런 말 안해도 돼.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짜증 나요.라고 했습니다. 애아빠는 보듬어 주고 싶었던 것인데, 그게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의 실패를 가족이 다 알고 위로하는 것 같아서 그게 더 자존심이 상했나 봅니다.
- 무심한 엄마
저는 별 말 없이 그냥 뒀습니다. 아이가 속상한 것을 알기에 저는 제 방에서 할 일을 하고, 둘째가 언니 옆에서 알짱대지 않도록만 했습니다. 아이가 마루에 엎드려서 한동안 계속 빈 종이에 그림만 그리고 있더군요. 한 시간쯤 지났는데, (사실 늦은 시간이라서 양치질하고 잘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고 싶은 마음을 계속 참았음) 엄마 이리 와서 자기 그림 그린 거 보라고 하더군요.
웬 인어공주를 그려놨는데, 그린 결과가 만족스러웠는지 마음이 좀 풀린 것 같았습니다. 같이 좋아해 주고, 저는 또 무심하게 제 할 일을 했습니다.
- 아이의 좌절과 실패를 바라보는 마음
학교에서 겪는 속상한 일들, 실수, 소소한 사고, 불편과 오해 이런 것들은 아이가 훗날 사회에서 겪을 일들과 견주어 보면 애교에 가깝습니다. 작은 힘듦을 꾸준히(?) 경험하다 보면 나중에 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어려운 일도 묵묵히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라면서 더 어려운 일, 곤란한 일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안 그러길 바라고, 할 수만 있다면 아이의 어려움을 부모가 같이 헤쳐나가 주고 싶지만, 인생엔 결국 혼자만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있지요. 서글픕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오디션 이야기 같은 것은 하지도 않고, 마들렌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툭 털고 학교 스쿨버스 타러 갔습니다. (그 와중에 애아빠는 혹시 애가 마음 괜찮냐며 어제도 물어보고 오늘도 학교 가는 애를 현관까지 쫒아가서 사랑한다고 인사함.)
내 아이가 실망도 실패도 잘 딛고 일어나며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랍니다. 또 그런 아이의 고군분투를 바라보는 부모 마음도 더 여유로워지길 바래요. (여유롭지 않은데 늘 여유로운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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